서사구조를 그림으로 읽다


서사는 하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형성되고 전달되는지 파악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야기는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화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말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말하는지 등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다르게 읽히고 해석된다. 오늘 살펴볼 서사구조는 이야기를 만든 실제 작가(Real Writer)부터 이를 읽는 실제 독자(Real Reader)까지 어떤 흐름을 거쳐 이야기가 형성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사구조를 그림으로 읽다

서사구조란 무엇인가?

서사의 구조

1. 실제 작가(Real Writer)에서 시작되는 서사

가장 먼저, 이야기는 실제 작가의 의도와 생각, 경험에서 출발한다. 실제 작가는 작품을 구상하고 스토리를 완성해나가는 실존 인물이다. 하지만 독자는 작가를 직접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실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의도가 작품 안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2. 내포 작가(Implied Author)의 설정

실제 작가는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내포 작가, 즉 작품 속에 투영된 ‘작가의 또 다른 모습’을 만들어낸다. 내포 작가는 실제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기 원하는 메시지나 가치관, 문체를 작품 내적으로 구현한다. 독자는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직접 말하지 않은 부분조차 추론하게 되는데, 이때 독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작가상’이 바로 내포 작가다.


3. 대화(서사적 표현)와 전달 방식

이야기가 독자에게 전달되는 핵심 통로는 서사적 표현, 즉 대화나 진술이다. 이야기에서 화자가 독자에게 말을 건네거나,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사건이 전개되는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된다. 이를 중개된 전달(서술자→수화자)중개되지 않은 전달(직접 서술 등)로 구분할 수 있다. 중개된 전달은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말하는 형태를 따라가며, 중개되지 않은 전달은 작가가 바로 독자에게 ‘직접’ 말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4. 진술들의 양상: 과정과 상태

서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의 진술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1. 과정(Does): 이야기 속 인물이나 사건이 어떻게 변화하고 행동을 취하는지 보여주는 동적인 측면
  2. 상태(Is):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물이나 사물의 특성, 분위기, 감정 등을 묘사하는 정적인 측면

이 두 가지 양상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템포나 분위기가 달라진다. 독자 입장에서는 인물이 무엇을 하는지(과정)만큼이나, 왜 그렇게 되었는지(상태)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5. 핵 사건(Kernels)과 위성 사건(Satellites)의 전개


서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모두 같은 무게감을 지니지 않는다. 핵 사건은 이야기 줄거리를 성립시키는 데 필수적인 중요한 사건으로, 이를 놓치면 이야기의 흐름이 크게 달라지거나 이해가 어려워진다. 반면 위성 사건은 핵 사건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며, 인물의 성격을 풍부하게 드러내거나 세계관을 더 입체적으로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핵 사건과 위성 사건 간의 조화가 잘 이뤄지면 이야기가 더욱 탄탄해지며, 독자는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세부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6. 사건들과 플롯(Plot) 연결

서사구조를 그림으로 읽다

7. 내포 독자(Implied Reader)와 실제 독자(Real Reader)에게로의 귀결

서사의 마지막 단계는 작품이 전달되는 독자다. 여기서도 실제 독자와 내포 독자를 구분할 수 있다. 내포 독자는 작품 속에 이미 설정된 ‘가상의 독자상’으로, 작가가 어떤 지식을 전제해둔 상태에서 “독자라면 이 부분을 당연히 이해할 것”이라고 상정한다. 반면 실제 독자는 작품을 읽는 현실의 독자를 의미하며, 작가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해석하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포인트를 발견하기도 한다.

서사 속 인물이나 배경은 ‘어떻게 보여지고 묘사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내포 독자가 예상되는 반응에 맞춰 인물을 특정 방향으로 부각시킬 수 있고, 배경을 세세하게 묘사해 몰입감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독자는 각자 다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읽기 때문에 서사를 구축하는 작가는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


글을 마치며

서사구조는 단순히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라는 도식을 넘어, 작품을 창작하거나 감상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다. 이야기가 누구에게서 출발해 누구에게 도달하는지, 이야기 속 인물이 무엇을 하고(과정), 어떤 상태인지(상태), 그리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직접 서술, 간접 서술)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면, 작품의 의도를 한층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핵 사건과 위성 사건을 어떻게 배치할지, 어떤 인물을 부각시킬지를 고민함으로써 서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독서나 창작을 즐기는 모두가 이 서사구조를 잘 이해한다면, 더 풍부하고 입체적인 이야기 세계를 경험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