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비늘 (Water Scale)
Scene 1. 어성포 선착장 – 오후
햇빛이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 선착장 끝에 형(50대 후반)과 동생(50대 초반)이 나란히 앉아있다.
형
(잔잔한 바다를 보며) 야, 여기 너무 좋다. 엄마 품 같은 편안함, 그런 느낌이 들지 않니?
동생은 말없이 먼 바다만 응시한다. 물비늘이 반짝이고, 바람이 잔잔하게 춤을 춘다.
Scene 2. 고속도로 – 저녁
차 안. 동생이 운전하고, 형이 조수석에 앉아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형
(조심스럽게) 참 오랫만에 어성포에 왔다 가는 거지.
동생은 여전히 묵묵히 운전만 한다. 차창 밖으로 지는 해가 보인다.
Scene 3. 형의 집 거실 – 어느 날 저녁
형이 아내와 TV를 보고 있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형
여보, 전화 왔네.
아내
응, 동생이네.
형이 황급히 전화를 받으려다 핸드폰을 떨어뜨린다.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 화면이 금이 간다.
형
(전화를 받으며) 오랫만이다… 그래, 큰일이구나. 네가 고생이 많다. 그래, 또 연락 주렴.
아내
무슨 일이에요?
형
어머님이 쓰러지셔서 고대병원 응급실에 계신다는데, 면회는 할 수 없대. 차도가 있으면 연락 준다고…
Scene 4. 회상 – 60+ 글쓰기 교실
형이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펼쳐놓고 있다.
형 (내레이션)
지난번 갔던 그 바닷가 선착장은 동생이 방학 때면 내려와 어머니와 함께한 추억의 장소였던 걸 어머니 장례식장에서야 알았다. 나는 동생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나누었을까?
Scene 5. 형의 서재 – 밤
형이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창밖으로 달빛이 스며든다.
어린 형의 목소리 (O.S.)
어서 써! 나도 자유로워지고 싶거든.
형 (내레이션)
언제나 빛나는 청춘 글쓰기 시간은 내 안의 어린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그의 아픔을 보듬고, 살갑게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되는 시간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달빛이 마치 물비늘처럼 반짝인다.
[Fade Out]